미국

미국 페이스북 개인 간 중고차 거래 후기

한나우 2024. 8. 2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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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없이 살기 힘든 미국에는 그만큼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카맥스나 카바나 같은 중고차 매매 회사들이 많다. 이런 업체들의 장점은 원하는 날짜에 바로 수표 받고 차를 넘길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원하는 만큼의 가격을 많이 받기 어렵다는 것. 때문에 개인 간 중고차 거래가 활성화되어 있는데, 아무리 개인 거래가 '현금으로 돈 받고, 차 열쇠랑 핑크 슬립만 넘기면 끝'날 정도로 쉽다지만 언어도 100% 통하지 않는 이방인이 강도나 위조지폐 등 사건 사고의 위험을 감수해 가며 차를 무사히 팔 수 있을까? 꺼려진 것도 사실이다.

5년 간 고생한 시에나 안녕

 

하지만 사기의 코 언저리까지 오고 가며  페이스북 중고 거래를 다수 해 본 나의 감을 믿고, 차라고 뭐 별다를 게 있냐 싶어서 -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카바나, 카맥스에도 약속은 잡아 놓고 -  차 사진과 상태 설명을 마켓 플레이스에 올렸고, 생각보다 빠르게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여행 성수기인 방학 기간이라 그런지 가족형 밴에 대한 수요가 좀 높았던 것 같기도 하다.

 

메시지는 훨씬 더 많이 받았지만 실제로 우리 차를 보러 온 사람들은 총 두 팀. 한 번은 아이가 넷이나 되는, 본인들은 채식주의자이지만 아버지가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패스트푸드점 매니저를 한다던 한 가족이었고, 두 번째는 은퇴 후 골프 클럽에서 노년을 즐기시는 듯한 두 어르신들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두 번째 어르신들께서 차를 사셨다. 엄밀히 말하면 이 분들은 개인 거래자들은 아닌, 노스캐롤라이나 소재 중고차 업체에서 파견한 알바(?)들이셨다.

 

거래는 당연히 현금. 만나는 곳은 집이 아닌 공공장소. 경찰서 앞이나 DMV 앞에서도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하던데, 우리는 입금을 바로 하기 위해 은행을 골랐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 덕분에 천불을 아낄 수 있었다. 전문 알바(?)들 답게 온갖 장비를 가져오신 두 어르신들은 오랜 시간 걸려 차 점검을 진행했고, 은행 옆 한적한 곳에서 도로 주행까지 마치신 후 차에 아무 이상이 없는 걸 확인, 다 함께 현금을 은행 계좌로 입금하러 창구에 갔는데 웬 걸, 약속한 금액에서 딱 천불이 부족했다. 본인들은 회사에서 주는 돈을 가지고 왔을 뿐이라며 난감해하는 어르신들은 사무실에 연락해서 담당자와 우리를 연결해 주었고 아니나 다를까, 담당자는 "미안한데 천불 덜 받고 거래하지 않을래?" 이런 제안을 해왔다. 이쯤 되면 예견된 사고, 설계된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을 정도의 흐름이었다. 다행히 시간이 좀 있었고, 그 순간에도 페이스북에서는 계속 거래 제안 메시지가 오고 있었기에 나는 단호하게 안된다고 거절했고, 결론적으로 우리는 페이팔로 천불을 마저 받은 뒤에 열쇠와 차량 등록증을 넘겼다.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지만, 막판에 금액 관련 실수 - 혹은 능숙한 연기 - 가 없었다면 더 무난하게 진행됐을 미국 중고차 개인 간 거래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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