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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FSU (Florida State University) 탈라하시에서 살면 좋은 이유

by 한나우 2023.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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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의 주도(州都)? 제일 유명한 도시인 마이애미 아닌가요? CSI에도 나오잖아요, CSI 마이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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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가 맛있다는 것과 더불어 플로리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오해 중 하나. (과즙이 많고 당도가 높아 오렌지가 맛있다는데 왜 다른 지역에서 난 오렌지가 더 맛있는 걸까... 오렌지 나무가 참 흔하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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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미국에 오기 전, 나 역시 플로리다의 주도가 어딘지, 탈라하시가 먹는 건지 도시 이름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샌디에이고 파문에 이어... 맞춤법 검사기가 또 탈라하시를 탤러해시로 자꾸 고쳐주는데, 현지에서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탈라하시'라고 발음한다. 줄여서 '탈리'라고도 하고. 아무튼 '탤'은 없다) Tallahassee, 스펠링은 또 어찌나 헷갈리는지... A가 몇 개고 L이랑 S가 몇 개야. 이렇게 무지했던 내가 이곳에 몇 년간 살면서, 가장 좋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줄여서 FSU의 존재. 물론 이 학교가 있어서 우리 가족이 공부하러 이 도시에 왔으니 당연한 말일 수도 있지만, 그것 말고도 FSU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주는 이점이 또 하나 있다. 그건 바로 학생 가족들에게 제공되는 무료 튜터링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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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주립 대학교의 전경, 마스코트, 심볼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ESL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튜터링 프로그램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일반인과 FSU 교육학과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을 1대 1로 짝지어주고, Zoom 수업 혹은 직접 만나서 1시간씩 10번 많게는 15번 정도 만나 수업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에서 일부러 비싼 돈 내고 원어민과 1대 1 수업도 하는 걸 생각해 보면, 플로리다에서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이 모이는 FSU에서, 그것도 교육학 전공자들과 수차례의 영어 수업을 무료로 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고마운 일이다. 게다가 나이 제한도 없다. 물론 kindergarten부터 12학년까지, 학령기 아이들을 위해 신청하는 부모들이 훨씬 더 많은 걸로 알고 있지만, 나처럼 새로운 사람 만나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 어른에게도 문은 활짝 열려 있다. 덕분에 경쟁이 아주 치열할 때(튜터링 받고 싶은 신청자는 많은데 해당 수업을 수강하는 FSU 학생이 적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른인 나도 계속 튜터링 기회를 얻고 있다.
 
우리 집까지 찾아와서 색소폰 연주를 들려준 음악 교육 전공 학생 제니,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나보다 더 많은지라 듣도 보도 못한 아이돌 그룹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 주던 영어 교육 전공자 조셀린, 온몸이 문신 투성이에 피어싱도 안 한 곳이 없을 정도로 강렬한 외모를 갖고 있던 히피 라이프 스타일 페루 학생 카산드라, 테일러 스위프트와 마블의 광팬이라 튜터링 내내 그 이야기만 하다시피 한 미카엘라 등등 정말 다양하고 재미있는 학생들을 많이 만났는데, 이번 여름에 만난 친구는 부모님이 그리스계인 시각장애 학생으로, 엄청난 이야기보따리를 지닌 튜터다. 프로페셔널 라이팅 전공으로 석사까지 마친 작가이기도한데 뒤늦게 다시 자기처럼 시력에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위한 교사가 되려고 학위 과정을 밟고 있다. <나의 그리스식 웨딩> 같은 영화에서 엿볼 수 있는 남유럽 특유의 대가족 중심주의나, 시각장애 때문에 겪은 여러 가지 일들 등을 어찌나 찰지게 풀어내는지 이건 뭐 튜터링을 하는 걸까? 그리스 및 미국 배경의 다큐멘터리 몇 편을 보는 걸까? 헷갈릴 지경이다. 
 
물론 늘 좋은 튜터만 만나는 것은 아니고, 연락 두절되는 학생, 툭하면 약속을 바꾸는 학생, 정해진 시간을 다 안 채우고 성적만 좋게 받으려고 사인해달라는 학생 등등 어쩌면 흔한(?) 대학생다운 모습도 자주 목격되긴 한다. 사실 그런 태만한 모습은 어른 대상인 튜터들보다는 아이들 대상, 그리고 직접 만나는 것보다 Zoom으로 진행하는 튜터에게서 더 많이 발견되는데, 아이들이 튜터링에 칼같이 집중하는 것도 아니고 특히나 온라인 수업은 더 쉽지 않으니 이해는 된다. 하지만 성실하지 않은 학생들에게서도 분명 단어 하나 문화적 차이 하나 등 배울 점은 있으며, 여유가 되면 잘 타이르거나, 밥도 차려줘 보고 커피도 사주고 하다 보면 점점 나아지는 모습도 볼 수 있으니 내 튜터가 불성실하다고 불평만 할 순 없다. 이것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다른 대학 도시에서도 이런 ESL 프로그램을 진행하는지는 모르겠다. 커뮤니티 봉사 및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위해 많이들 도입하면 좋겠구먼. 예전에 스탠퍼드 대학에서 교직원들 가족 대상으로 요리 수업을 했다는 얘긴 들었는데 그게 외국인들을 위한 것이었는지, 문화 체험 겸 언어 교육 프로그램이었는지는 알 수 없고 지금도 할지는 더더욱 의문. 아무튼 이 무료 튜터링 프로그램 때문에라도 나는 플로리다 탈라하시에 공부하러 오는 걸 권장하고 싶다. 심지어 한국에 돌아간 뒤에도 시간대만 맞추면 튜터링 신청이 가능하니까, 이론상으로는 - FSU에서 이 수업을 폐지하지 않는 한 - 몇 년은 공짜로 원어민 대학생들과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요약
공짜로 원어민 튜터링도 받고, 캠퍼스 타운의 이점도 누리고 싶은 분들은 탈라하시로 오세요. 물가도 싸고, 해변이나 올랜도로 놀러 가기도 좋습니다.

체육관, 공연장, 실내 경기장 등도 갖춰져있고, 캠퍼스도 넓고 곳곳에 잔디밭도 있어서 산책하기 나쁘지 않다. 주차는... 음... 대중교통 시스템이 좋지 않아서 1인 1차가 흔한 곳이라, 학생들 몰리는 시간은 무조건 피해야 하지만.
산책 중에 만난 FSU 기념품들. 모노폴리가 아니다, FSU오폴리다.
삼남매의 즐거운 밤산책. 가로등도 많아서 캠퍼스 자체는 안전하지만 주차장은 어두우니 웬만하면 밝을 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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