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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칸쿤의 이면, 멕시코의 일면

by 한나우 2023.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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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지게 가난했고 살기 싫게 우울했던 내가 낭군님 덕에 (2개라는 내 역마살들도 한몫을 했을까) 머나먼 멕시코 휴양지 칸쿤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 관광을 다 와보았다.


호텔 존에 머문 3박 4일, 몸 편하고 배 부르면서도 영 불편하고 나와는 맞지 않는 기분을 느꼈는데, 오늘 칸쿤 나무위키를 읽으며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https://namu.wiki/w/%EC%B9%B8%EC%BF%A4#s-10.3

 

칸쿤 - 나무위키

당연히 1년 내내 덥다. 최고기온이 1년 내내 30도를 넘어가지만 강우량은 우기인 6 ~ 10월이 가장 많고 건기인 11 ~ 5월이 적다. 칸쿤의 근간산업이며, 베니토 후아레스 지역의 경제까지 책임지고 있

namu.wiki


멕시코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는, 여행자들의 천국, 주민들의 지옥. 밝고 친절한 직원들도 많았지만 때로 너무 지치고 슬퍼 보이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렇게 마음이 무거웠나. 술은 많이 마셨지만, (간 해독 하라고 준비해 준 것만 같은) 비트를 포함해 정말 많이 먹고 즐겼지만, 나는 우리 가족과 비슷한 입장의 관광객들보다는 일하는 현지 주민들과 주파수가 더 비슷한 사람이라, 마냥 먹고 놀고 웃어야 할 순간에도 '음식과 물자 낭비가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일 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내일 우릴 태워줄 셔틀은 제 때 오는 걸까?', '수도관 고친 후 우리 집은 문제없으려나?', '코코를 맡아주는 친구는 힘들지 않을까?: 등등 온갖 걱정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칸쿤 호텔 구역을 벗어나 좀 더 멕시코 같은 (물론 여전히 관광지 맞지만) 플라야 델 카르멘으로 이동했다.


미국의 여느 관광지처럼 휘황찬란한 거리. 하지만 저 중심가를 벗어나면, 아이들 눈에도 의아할 정도로 낙후된 곳들이 즐비하고, 심지어 중심가 안에도 팔찌 같은 기념품들을 들고 호객행위 하는 우리 아이 또래의 어린아이들, 바닥에 얇은 천 하나 깔고 팔리지 않는 물건들을 정리하는 엄마 옆에 멍하니 앉아 있거나 안겨 있는 아이들이 정말 많았다.



강아지마저도 슬퍼 보일 일인가 싶지만, 이건 내가 아니라 우리 아들의 이야기.

"엄마, 우리 저 강아지 데려가서 키우면 안 돼?"
"왜? 주인이 옆에 있잖아."
"개가 너무 말랐고 아파 보여. 잘 먹지도 못하나 봐. 게다가 목에 이름표도 없어."

나는 아닐 거라고, 저 옆에 있는 주인이 알아서 잘 챙겨 줄 거고, 우리는 토끼를 키우고 있는데 개와 토끼는 잘 어울리기 힘들다고 아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주인과 개의 진짜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도 없고 자신이 없었다.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는 관광 상품 가판대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개에게 별 관심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가게 안이든 밖이든 많은 상인들이 개를 데리고 있었는데 어쩌면 저 또한 일종의 손님 끌기용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모락모락 피어났다. 개한테 잘만 대해준다면 그게 나쁜 전략은 아니겠지만.


화려한 멕시코 관광지의 밤. 재밌게 구경하며 잘 돌아다닌 후 갑자기 이렇게 가라앉다니, 우울은 병이 맞다. 내일 여행을 위해 일단 자자. 올 인클루시브 호텔 벗어났으니 술도 좀 그만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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