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편안히
어제 오후, 아버지는 마지막 숨을 내쉬고 모든 짐을 내려놓으셨다. 1950년 전쟁을 피해 내려갔던 시골 어느 빙판길에서 크게 미끄러지며 날카로운 것에 찔린 어린아이. 그렇게 얻은 장애 탓에 거의 평생을 절뚝이며 걸어오신 길이 조용히 끝을 맞았다. 아니, 끝이라 하기엔, 오빠와 나와, 손자 손녀들에게까지 큰 사랑, 손길, 세포들도 오래오래 이어질 테니 너무 서럽게 단정 짓지 않으려 한다.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린다. 아직 우리의 이 길은 이어져 있으니 같이 계속 걸어요. 장애도 설움도 없이, 아버지의 아이들, 그 아이들의 아이들 안에서 살아 주세요. 88 올림픽 개막식 같은 특별 방송에, 마농의 샘,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로미오와 줄리엣, 대부 등 온갖 영화들을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해서 챙겨보시던..
2024.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