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FSU로 정해진 후 가장 먼저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 살 집이었다. 미준모 같은 온라인 공간들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플로리다 탈라하시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았고, 4년 공부에 대한 다른 정보도 얻을 겸, 미리 학과 사무실에 연락해서 한국인 선배들의 정보를 얻고 교류한 것이 훨씬 더 큰 도움이 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공부하느라 바쁜 학생분들이 아닌, 배우자분들에게 이것저것 묻는 일이 많았다. 곧 만날 거라고 하지만 당시만 해도 한 번 본 적 없는 남인데, 마치 자기 일처럼 도움을 주신 그분들을 떠올리면 언제나 참 감사한 마음만 든다.
아래는 집을 구할 때 고려한 점 :
1. 아이들 학교 평점이 너무 낮지 않을 것 (초등학교는 길크리스트 Gilchrist, 프리케이는 KKP, 중학교는 몽포드 Montford)
2. FSU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을 것
3. 치안이 좋을 것 (FSU 근처나 그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사건 사고가 많아 위험하다)
4. 월세가 적당할 것 (당시 우리 집 월세 $1400)
5. 단지 내에 수영장이 있을 것 (플로리다 날씨에, 수시로 이용 가능한 수영장이 없으면 손해)
6. 나무를 많이 사용해 층간 소음이 유독 심한 미국 아파트는 제외
7. 잔디 관리를 할 필요 없을 것 (우리 단지는 HOA에서 고용한 업체가 일괄 관리를 해줘서 힘들게 잔디를 직접 깎거나 돈을 주고 사람을 따로 쓰지 않아도 된다)
모든 걸 고려해서 위치를 정했는데, 문제는 그 동네 (= 지금의 우리 동네) 인기가 하도 많아서 집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매일 질로우, 아파트먼트 닷컴, 리알터 닷컴 등 부동산 사이트에 출석도장 찍고, 관심 지역 알림 설정도 하고 수시로 확인하며 집이 나오길 기다렸고 드디어 이 동네 집이 나왔을 때, 미국에 계신 박사 선배님의 도움을 받아 한달음에 달려가 집을 계약했다. (집주인 말로는 올리자마자 전화를 50통 정도 받았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어쩌면 그중 대부분은 우리 전화였을지도...) 덕분에 한국인들이 주로 찾는 북쪽 마을이 아니라, 다운타운과 가까운 교통의 요지이면서 학교 평점도 좋은 중간계(?)에 우리가 원하는 집을 구할 수 있었다. 글로 쓰니 참 간단한데 당시엔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집 구하기에 워낙 집중해서 이 미션만 깨면 만사형통일 줄 알았다.
그러니까 내가 뒤늦게 후회한 것은, 열심히 집을 찾는 와중에 무빙 세일에도 공을 들였어야 했다는 것. 집은 좋은 위치에 구했지만 당시 탈라하시에 새롭게 오는 사람들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보다 많았기 때문에 무빙 세일, 즉 이사하는 짐을 그대로 물려받는 꿀 같은 기회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 도착했을 때는 집이 텅텅 비어 있었고, 선배님이 빌려주신 한국형 (무려 자개!) 밥상 덕에 캐리어 위에 밥 차려 먹는 신세는 면했지만, 당장 침대며 식탁, 소파, 모든 걸 스스로 구해야 했다. 무빙세일을 선점한 다른 신입 가족들이 집에 오자마자 가구며 살림살이, 부엌에 소금이며 고기 양념까지 구비해 두고 미국 생활을 시작한 것에 비하면 참으로 초라한 출발이었다. 만약 다음에 또 미국 집을 구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나는 집보다 무빙 세일부터 알아볼 것 같다. 아니, 두 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짐을 두고 가는 가족의 집을 통째로 계약할 것이다. 무빙세일 없이 정착하느라 고생해서 그만큼 한이 맺혔다는 이야기다.
간혹 우리보다 더 극한 상황에서 시작하는 분들도 계셨다. 미국에 도착해서야 집을 찾기 시작하는 분들. 아무래도 집은 직접 보고 계약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으시거나, 출국이 너무 급하게 잡혀서 준비를 미리 못하신 경우다. 사실 그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발로 뛴다 한들 마음에 드는 집이 바로 나오리라는 보장도 없고, 집을 구하기 전에 호텔이나 에어비앤비 같은 곳에 머물러야 하니 월세보다 더 많은 돈을 소비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웬만하면 집과 무빙 세일은 출국 전에 미리 해결하는 것이 여러모로 안심도 되고 몸도 마음도 편하다.
학과를 통해서 혹은 온라인 카페로 무빙 세일 및 주택 정보를 파악하기 힘들 때, 인근 한인 교회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내가 알기로는 탤러해시에 한인 성당을 포함해 침례, 감리, 장로교회 등 총 4개의 한인 종교 기관들이 있는데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아래 링크로 연결된 한인 침례교회. 유일하게 자체 건물이 있는 곳이다.
https://etkbc.org/?page_id=23
한인 성당도 홈페이지가 있었다!
https://www.staugustineyumission.org/%ED%98%84%EC%A7%80-%EC%A0%95%EB%B3%B4
내가 미준모에 올린 무빙세일 정보
https://cafe.naver.com/gototheusa/1191613?tc=shared_link
'탈라하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플로리다 3월. 수영의 계절 (0) | 2024.03.11 |
---|---|
탈라하시 길 위에서 마주친 테슬라 사이버트럭 2023 Tesla Cybertruck (0) | 2024.03.10 |
고양이 테이블 Cat Table / 2023.3.5 (0) | 2024.03.05 |
미국 탈라하시 정착 이야기 (2) 숨 쉬듯 운전해야 하는 미국 (0) | 2024.03.04 |
탈라하시 정보 / 씨앗 도서관 Seed Library (0) | 2024.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