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지게 가난했고 살기 싫게 우울했던 내가 낭군님 덕에 (2개라는 내 역마살들도 한몫을 했을까) 머나먼 멕시코 휴양지 칸쿤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 관광을 다 와보았다.
호텔 존에 머문 3박 4일, 몸 편하고 배 부르면서도 영 불편하고 나와는 맞지 않는 기분을 느꼈는데, 오늘 칸쿤 나무위키를 읽으며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https://namu.wiki/w/%EC%B9%B8%EC%BF%A4#s-10.3
멕시코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는, 여행자들의 천국, 주민들의 지옥. 밝고 친절한 직원들도 많았지만 때로 너무 지치고 슬퍼 보이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렇게 마음이 무거웠나. 술은 많이 마셨지만, (간 해독 하라고 준비해 준 것만 같은) 비트를 포함해 정말 많이 먹고 즐겼지만, 나는 우리 가족과 비슷한 입장의 관광객들보다는 일하는 현지 주민들과 주파수가 더 비슷한 사람이라, 마냥 먹고 놀고 웃어야 할 순간에도 '음식과 물자 낭비가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일 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내일 우릴 태워줄 셔틀은 제 때 오는 걸까?', '수도관 고친 후 우리 집은 문제없으려나?', '코코를 맡아주는 친구는 힘들지 않을까?: 등등 온갖 걱정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칸쿤 호텔 구역을 벗어나 좀 더 멕시코 같은 (물론 여전히 관광지 맞지만) 플라야 델 카르멘으로 이동했다.
미국의 여느 관광지처럼 휘황찬란한 거리. 하지만 저 중심가를 벗어나면, 아이들 눈에도 의아할 정도로 낙후된 곳들이 즐비하고, 심지어 중심가 안에도 팔찌 같은 기념품들을 들고 호객행위 하는 우리 아이 또래의 어린아이들, 바닥에 얇은 천 하나 깔고 팔리지 않는 물건들을 정리하는 엄마 옆에 멍하니 앉아 있거나 안겨 있는 아이들이 정말 많았다.
강아지마저도 슬퍼 보일 일인가 싶지만, 이건 내가 아니라 우리 아들의 이야기.
"엄마, 우리 저 강아지 데려가서 키우면 안 돼?"
"왜? 주인이 옆에 있잖아."
"개가 너무 말랐고 아파 보여. 잘 먹지도 못하나 봐. 게다가 목에 이름표도 없어."
나는 아닐 거라고, 저 옆에 있는 주인이 알아서 잘 챙겨 줄 거고, 우리는 토끼를 키우고 있는데 개와 토끼는 잘 어울리기 힘들다고 아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주인과 개의 진짜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도 없고 자신이 없었다.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는 관광 상품 가판대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개에게 별 관심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가게 안이든 밖이든 많은 상인들이 개를 데리고 있었는데 어쩌면 저 또한 일종의 손님 끌기용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모락모락 피어났다. 개한테 잘만 대해준다면 그게 나쁜 전략은 아니겠지만.
화려한 멕시코 관광지의 밤. 재밌게 구경하며 잘 돌아다닌 후 갑자기 이렇게 가라앉다니, 우울은 병이 맞다. 내일 여행을 위해 일단 자자. 올 인클루시브 호텔 벗어났으니 술도 좀 그만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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