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 초반에는 아이들을 직접 학교에 보내고 데려오느라 아침과 오후 시간을 상당 부분 할애해야 했다. 아이들이 편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부모의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적다면 거짓말. 게다가 당시엔 아이들 학교가 두 곳이라 초등학교 갔다가 프리케이 갔다가, 정신없이 도로 위를 질주했다.
차는 또 얼마나 많은지, 학교에서 아이들을 픽업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차들을 보면 한숨만 나왔다. 길크리스트의 경우 2시 50분부터 아이들을 픽업할 수 있는데 정확히 그때 픽업을 하려면 픽업라인 맨 앞에 있어야 하고, 그걸 위해서는 2시 10분(!) 정도 혹은 그보다 먼저 학교에 도착해 운전석에 앉아서 멍을 때리거나 다른 일을 해야 하는 불편한 진실... 차 안에서 시간 보내는 게 편하다면 상관없지만 내게는 그 시간이 너무 길고 힘들었다. 늦게 가면 늦게 가는 대로, 긴 차량대열 끝자락에 합류해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야 한다.
그래서 시작한 스쿨버스 탑승. 초등학교 두 딸이 먼저 노란 스쿨버스를 시작했고, 프리케이를 졸업한 막내도 곧 그 대열에 합류해서 그야말로 평화롭고 행복한 등하교 시간이 완성됐다! 하교 시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의 차를 기다리는 아이들은 학교 앞 파란색 벤치에 앉아 기다려야 하지만, 스쿨버스를 타는 아이들은 바로 버스로 이동하기 때문에 그 또한 혜택이라면 혜택이다.
위의 사진은 우리 집 창문에서 바로 보이는 스쿨버스 정류장.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아이들 모습과 버스 오는 것이 다 보인다. 의도하고 이 집을 고른 것도 아니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 집은 스쿨버스 태워 보내기 최적의 위치였다.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라서, 버스가 언제 오나 밖에 나가 기다릴 필요도 없이 집 안에 있다가 버스 오는 소리가 나면 거실 문 열고 아이들을 두 팔 벌려 맞아주기만 하면 된다! 동네에 스쿨버스 타는 아이들도 제법 있어서 아이들끼리 친해진다는 장점도 있다.
스쿨버스 탑승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 미국의 스쿨버스는 튼튼하고 안전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비상창문, 비상문, ABS 등의 안전 장치는 기본이요 트럭급의 튼튼한 프레임과 두꺼운 철판을 사용하고 엔진은 200마력 이상, 고성능 서스펜션을 사용해 충돌사고가 나거나 전복되어도 찌그러지지 않도록 유독 튼튼하게 설계되어 있다고. 그래서 운행 거리당 사망자 수도 일반 버스의 1/94 밖에 되지 않는다. 호오! 내 차보다 안전한데 이건 뭐 안 탈 이유가 없다.
더욱 실감 나게 인상적인 것은 도로 위의 운전자들. 스쿨버스가 아이들을 태우기 위해 속도를 줄이거나 태우고 출발할 때에는 눈에 띄게 점멸등이 작동하고, 스쿨버스가 정차하여 문을 열 때는 일시정지 표지판이 펼쳐지면서 적색 점멸등이 요란스럽게 번쩍거려 아주 쉽게 눈에 띈다. 이때 스쿨버스의 진행방향은 물론이고, 맞은편 반대 방향의 자동차들까지 모두 정지해서 일시정지 표지판이 접히고 점멸등이 소등되기 전까지 계속 멈춰있다. 도로 위 모든 차들이 스쿨버스에서 멀찍이 떨어져 일사불란하게 정지했다가 천천히 움직이는 걸 처음 봤을 때, 그래, 이런 게 정말 아이들 안전을 위한 거구나 싶어서 정말 가슴이 벅차올랐다.
본인이 운전하다가 스쿨버스를 마주쳤을 때도 당연히 조심해야 하는데, 만약 이 정지 신호를 위반했다가는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기본적인 벌금만 해도 한국 돈으로 200만 원 이상에 벌점도 음주운전 못지않게 매우 높게 부여되니 스쿨버스 근처에서는 무조건 조심 또 조심하자. 더 자세한 내용과 동영상은 아래 링크의 북미 탭 참고.
https://namu.wiki/w/%EC%8A%A4%EC%BF%A8%EB%B2%84%EC%8A%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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