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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크리스마스 선물 / 화이트 엘리펀트 White elephant / 짧고 헛된 기대, 파워볼

by 한나우 2023.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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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다른 모임에서 했을 땐 '더티 산타'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화이트 엘리펀트' 선물 교환. 흰 코끼리는 별 쓸모없는 것, 즉 애물단지를 뜻하는 말로, '흰 코끼리 선물 교환'은 (삶에 별 도움은 안 되지만 피식 웃을 수 있는) 못난 선물을 준비해서 교환 하는 놀이라고 한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순서에 따라 포장을 안 뜯은 선물을 선택하는 대신 남이 먼저 고른 선물을 뺏어올 수 있다는 점이다. 뺏는 재미와 뺏기는 허탈함이 공존하는 파티용 놀이. 화이트 엘리펀트가 더 보편적인 것 같은데 더티 선타라는 다른 이름도 수긍이 된다.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게임 참여 인원은 각자 특정 금액 상당의 선물을 "포장해서" 가져온 후 모두가 둘러앉은 중앙에 놓는다. (이번엔 15달러였다)
2. 종이에 인원수대로 1부터 적은 종이를 돌아가며 하나씩 뽑아 순서를 정한다.
3. 1번부터 중앙에 놓인 선물 하나를 고른 뒤 포장을 벗기고 모두가 어떤 선물인지 알 수 있도록 보여준다.
4. 2번부터는 앞사람들 중 한 명의 선물을 뺏든지, 또는 중앙에 놓인 선물을 고르고 포장을 벗겨서 모두에게 보여준다.
5. 포장이 벗겨지고 다른 사람에게 뺏진 선물은 총 n번까지만 뺏길 수 있다 (이건 사람들과 합의를 해서 정할 수 있는데, 우린 2번으로 고정!)
6. 마지막 순서까지 다 선물을 고른 후에는 1번이 최종적으로 다른 사람의 선물을 빼앗든지 자신의 선물을 가지든지 선택한다. (결국 1번 순서를 뽑은 사람은 모든 선물이 무엇인지 본 후에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선물을 가져올 수 있다)

올해 화이트 엘리펀트 선물 교환에서 우리 가족은 특이한 선물을 골랐다. 운 좋게도 번호표가 9명 중 9번이라 뺏어올 선택지가 많았는데, 가장 끌렸던 건 바로 기프트 카드와 파워볼 복권 세트! 주변에 미국 복권 사는 분들이 꽤 있지만 정말 한 번도 사본 적이 없어서, 이 참에 그 복권 구매자 대열에 합류도 해볼 겸, 그리고 이사가 머지 않았기에 다른 가전제품이나 컵처럼 부피 큰 선물들은 이제 부담이 되기도 해서 겸사겸사 고른 선물이었다.

코코, 먹는 거 아니야


2달러짜리 종이 한 장에 얼마나 큰 기대와 설렘이 담겨 있는지, 토끼도 눈치채고 다가와 냄새를 맡는다... 면 거짓말이고. 이미 결과는 꽝. 당연히 꽝이다. 당첨되면 모임에 있던 사람들 차 한 대씩 뽑아 줍시다, 아니 아마 연락 안 되고 잠적할 거예요, 웃으며 나눴던 얘기들을 뒤로하고, 짧고도 헛된 기대는 그렇게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래도 기억에 남을 크리스마스 파티, 재밌는 선물이었다.


+ 더 알아보니 재미있는 화이트 엘리펀트 이야기

태국의 Siam 왕조 시대. 당시 왕은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가 생겼을 때 그 신하에게 음식이나 옷처럼 실용적인 선물을 주는 대신, 신성한 white elephant를 주었다.  싫어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크고 정성 들인 선물을 준다고? 이런 반응이 나오면 왕의 작전은 성공한 것. 태국에서 왕족은 예나 지금이나 매우 존경받기 때문에, 신하는 하사 받은 선물을 절대 거절할 수 없었고 무조건 받아서 그 거대한 동물을 키우는 비용을 감당해야 했고 이 부담스러운 선물은 대부분의 신하들을 경제적으로 파산시켰다고 한다.

요즘 시대에도 white elephant는 아주 드물게 사용되는 비싼 물건, 계륵 같은 존재들을 뜻한다. 2014 월드컵 이후, 브라질에서는 많은 경기장들이 사용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어서 이를 white elephants라고 불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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